1. 엑스턴십을 지원한 계기
저의 모교인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은 일본에서의 객원교수의 경험이 있거나 학위를 가진 교수진이 다수 있기 때문에 일본 법률사무소와 실무협약을 맺어 엑스턴십의 기회를 부여하거나 일본과 관련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2012년, 저는 한국의 세브란스병원에서 일본의료법상 산과무과실의료보상제도에 대한 연구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입법에 대한 일본인의 접근방식 등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으며, 이후 일본법학 특히 입법, 공공정책에 대한 학문적, 실용적 관심을 발전시켜나가고자 하는 진로목표를 세우게 되었습니다. 우선 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실정법의 내용, 그 해석과 운용에 대한 실무적 지식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저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일본 법률사무소에서의 실무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지원해왔습니다. 그 결과 2012년 2월, 동경의 바스코다가마 법률사무소에서 한 차례의 경험을 거친 후 이번에 유아사하라 법률사무소에서의 엑스턴십에 지원하기에 이르렀습니다. 2. 유아사하라의 특징
유아사하라는 변호사수로는 22명정도로 인수는 많지 않지만, 특허와 지적재산권 부문에서 일본내 4위 정도의 순위를 점하는 중견 법률사무소로서, 특허부의 인원까지 합해서 토쿄역 오오테마치빌딩 2층 건물의 대부분을 사무실로 쓰고 있었습니다. 인사채용을 담당하고 계시는 야베 코조 선생님께서 연수생의 관리를 맡으셨으며, 원래 쥬오대학 출신이셨기 때문에 쥬오대학 선후배들을 소개받을 기회도 있었습니다.
(http://www.yuasa-hara.co.jp/)

 사진설명 : 유아사하라 접수처, 아래는 건물 2층의 구조입니다. 3. 경험했던 일
(1) 법개정논의에 관한 보고서 작성 엑스턴십은 일본의 쥬오대학 법과대학원에 재학중인 학생과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근무시간은 보통 9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였으나, 과제가 꽤 많았기 때문에 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있던 때가 많았습니다. 가장 큰 과제는 현재 일본에서 개정논의중에 있는 부정경쟁방지법과 관련 영업비밀관리지침, 각종 회의자료의 내용을 파악하고 검토보고서를 쓰는 것이었으며, 2주간 방대한 양의 논의자료를 요약정리하였습니다. 저는 세브란스에서의 일본의료법 연구에서 입법에 대한 일본인의 신중함과 세밀함을 느낀바 있습니다. 즉, 입법의 진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중요한 포인트(예를 들면, 의료보상을 위한 재원의 마련)가 무엇인지를 치열하게 고민하여 이끌어낸 후 수십차례에 걸친 전문가들의 회의를 통해 제도의 설계를 다각도의 방면에서 꾸준히 논의하는 일련의 과정은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이번에 영업비밀보호방안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면서도 영업비밀보호의 엄격화를 위한 구체적인 수단과 방법, 중소기업에서 활용할 실무매뉴얼 개발에 이르기까지 꼼꼼하고 섬세한 일본인의 입법태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2) 각종 법률상담과 입안, 계약서검토 큰 과제를 수행하는 와중에 틈틈이 여러 건의 법률상담도 진행하였습니다. 유언장집행과 관련한 준거법에 대한 법률상담, 질병휴직중인 근로자에 대한 대응상담, 사내관리규칙의 개정에 대한 상담이나 입안, 외국회사를 위한 계약서검토 등이 있었습니다. 특히 사내에서 만든 관리규칙, 계약당사자가 만든 각서를 토대로 법적인 조언을 하기 위해서는 계약서조항에 나타난 애매한 표현과 법적 공백을 발견하고,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아직 사회 경험이 미천한 학생의 입장에서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러한 법률상담을 수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다양한 각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은 의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3) 소송관련 개인적으로 이번 연수를 통해 가장 재미를 느꼈던 일은 소송기록 검토와 관련된 일이었습니다. 특히 스미토모임업에 대한 매매대금청구사건에 관한 검토와 보고서를 써내는 작업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당사자간에 각종 서면이 오가는 와중에 각자의 법률구성과 매매거래의 기능에 관한 법적 해석을 치열하게 논쟁하고, 소송의 전략을 치밀하게 세워 적절한 시기에 중요한 증거를 제시하여 소송의 흐름을 좌우하기도 하는 일련의 과정을 읽느라 퇴근시간임을 잊은 적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엑스턴십 중에 토쿄지방재판소를 방문하여 한국과는 다른 일본의 사법시스템을 체험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의 사법시스템은 한국과 거의 동일하나, 일본은 모든 재판의 내용을 당사자뿐만 아니라 제3자가 자유롭게 열람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는 점, 그러나 한국에 비해 기록의 전자시스템화의 구축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 등이 특징적이었습니다.
(4) 있는 그대로의 실무진행과정에 대한 경험 연수기간동안 기업 간 흡수합병에 대한 회의와 특허심판을 방청하는 등 있는 그대로의 실무진행과정을 경험할 기회도 있었습니다. 특허사건의 경우, 특허심판원을 거쳐 특허법원에서 사실상 2심을 하는 한국과는 달리 일본은 침해소송의 경우 1심인 지방재판소(토쿄, 오사카 소재)를 거쳐 2심은 지적재산고등재판소에서 하고, 무효심판 등에 대해서는 1심을 특허청심판부, 심결취소소송 등을 2심인 지적고등재판소에서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엑스턴십을 하는 과정에 유아사하라에 계신 전 지적재산고등재판소장 이이무라 토시아키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있었습니다. 이이무라 선생님은 지난 17년간 지적재산부분에서 일을 해오신 일본 내 IP관련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으며, 작년에 정년이 되어 퇴직후에 유아사하라에서 변호사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 일본의 특허제도에 관한 분쟁처리의 흐름과 몇 가지 사례들을 듣고, 선생님께서 직접 담당하신 삼성과 애플간의 소송에 관한 법적 쟁점, 당시 상황에 대한 질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개괄적인 법적 제도나 절차흐름, 소송의 주요포인트 등에 대한 질답 뿐만 아니라 학생의 입장에서 진로에 대한 고민 등에 대해서도 상담할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사진설명 : 연수생들의 업무공간입니다. 일본 중앙대학 법과대학원에 재학중인 坂部さん입니다. 아래는 스미토모임업에 대한 매매대금청구사건 과제와 씨름하고 있는 제 책상의 모습입니다. 4. 연수를 마무리하며
(1) 저의 경우, 많은 양의 일본어 과제들이 있는 만큼 어학에 대한 스트레스가 가장 많았던 것 같습니다. 회화능력보다 중요한 것은 우선 빠르게 일본어로 된 문서들을 읽고 중요부분을 취해 내용을 요약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법률상담이나 입안에 관한 건이 많았기 때문에 단순히 법률지식을 아는 것보다는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먼저 확실히 파악한 다음, 관련 사실을 확정해 전체적인 법적 쟁점을 찾아나가야 했습니다. 물론 특허법과 저작권법, 국제사법 등의 개별법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이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책을 찾아보면 대강의 내용은 파악이 가능하므로 우선은 실무감각을 익힘과 동시에 일본문서를 읽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2) 단순히 일본법학, 실무에 대한 지식을 얻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일본법과 한국법을 비교하고 법문화 전반에 걸친 차이점을 분석해보는 것도 유의미한 일 이었습니다. 특히 야베선생님은 일본변호사협회에서 일본법조인양성대책에 관련한 일도 담당하고 계셔서 한국의 사법연수원생이나 한국변호사협회분들과의 인연도 깊으신 만큼 한국의 법률이나 현재 법률시장에 대한 관심이 많으셨기 때문에 관련한 과제를 제출할 때 이에 대한 조사를 첨부해드리는 것을 좋게 평가해주셨습니다.
(3) 2주간을 마무리하면서... 야베 선생님께서 여러 가지 배움을 주시기 위해 노력해주신 결과(?) 몸은 힘들었으나 마음 속 깊이 감사함과 실무에 오랜 기간을 계신 법조인분들에 대한 존경심이 우러나왔습니다. 더불어 심화된 비교법 공부를 통해 앞으로 한일양국의 가교역할을 하는 인재로서 성장하고자 하는 목표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