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OOL OF LAW, CHUNG-ANG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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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사중재원을 다녀와서 - 문성준

관리자 │ 201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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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7월 초 열흘간 우리 대학과 상호 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대한상사중재원(이하 ‘중재원’)에 연수를 다녀왔다. 중재원은 중재법에 따라 1966년에 설립된 대법원이 승인한 국내 유일의 법정상설 중재기관으로 ADR(Alternative Disputes Resolution, 대안적 분쟁해결)의 대표적인 수단 가운데 하나인 중재 업무를 도맡아 처리하는 기관이다. 중재원이 위치한 도심거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코엑스 43층의 전망은 머리까지 맑아지는 청량감을 주었다.

 

<중재란 무엇인가>
 중재는 사인 간 분쟁이 발생하였을 때 법원의 판결에 의하지 아니하고 당사자 간의 합의를 통해 사인인 제3자(중재인)에게 부탁하여 구속력 있는 판정을 구하는 분쟁해결 방안으로 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인정받는다.
 사전의 ADR의 중요성과 발전 가능성을 들은 바 있어 사건수가 상당할 것이라 예상하였지만 생각보다는 많지 않았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중재에 대한 인식이 미흡하고 분쟁 발생 시 국가기관인 법원에 의지하여 사건을 해결하려는 성향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재원의 중재, 알선 건수는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향후 그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ADR이 매우 발달한 미국은 민사분쟁의 90%이상을 소송이 아닌 조정, 중재 등으로 해결한다. AAA(American Arbitration Association, 미국중재협회)는 세계 최대 규모의 중재기관으로 당사자 합의가 안 될 경우 AAA가 나선다 할 만큼 공신력을 인정받고 연간 수백만 건의 기업분쟁을 처리하고 있다.
 1985년 UNCITRAL(United Nations Commission on International Trade Law, 국제상거래법위원회)은 각국의 중재법규를 통일하기 위하여 모범국제상사중재법을 제정하였는데 우리나라는 1999년 중재법 개정 시 이를 대폭 수용하여 국제적 표준을 따르고 있다. 이렇게 잘 갖추어진 제도적 기반과 중재의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법원의 업무는 폭주하는 반면 중재가 활성화되지 못한 우리의 현실은 아쉬움과 동시에 성장을 기다리는 인큐베이터 속 신생아와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중재의 요건>
 분쟁을 중재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개 사전에 이루어지는) 중재합의가 필수적이다. 예컨대 기업 간 무역 거래를 하기로 하며 계약서를 작성하였다면 계약사항으로 ‘이 계약으로부터 발생하는 모든 분쟁은 00국가, 00중재기관에서 00중재규칙에 따라 중재로 최종 해결한다‘라는 식의 합의조항이 삽입되어야 한다. 만일의 분쟁 발생 상황을 대비하여 이 조항 하나만 있으면 중재를 통해 보다 부담 없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요사이 국내 기업과 중국 기업 간 거래가 매우 빈번한데 중국 기업이 분쟁 발생 시 CIETAC(China International Economic and Trade Arbitration Commission, 중국국제경제무역중재위원회)에서 중재하도록 조항을 삽입한 것을 우리 기업 측에서는 계약서를 꼼꼼히 살펴보지 않거나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가 막상 문제가 생겼을 때 당황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와 같은 중재합의라면 우리 기업이 손해에 대해 법적 구제를 원하는 경우와 중국 기업이 우리 기업을 상대로 중재를 신청하는 경우 어느 것이든 무조건 중국에서 중재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중재에서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으로 심리가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이지만 상대국가에서 심리가 이루어질 경우 물리적, 심리적 부담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서는 외국기업과의 계약 시 중재합의 조항에 '중재를 신청하는 당사자의 국가'에서 중재가 진행되도록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재의 진행절차>
 일방 당사자가 중재기관에 중재를 신청하면 중재판정부가 구성되고 피신청인은 중재신청서를 대응하여 중재 신청의 기각을 구하는 답변서를 제출한다. 신청서와 답변서를 검토한 중재판정부는 양측 당사자와 대리인이 출석하여 주장과 입증을 하는 중재심리를 개시하는데 한 두 차례의 심리를 마치고 판정을 내린다. 중재원 내 중재가 열리는 장소는 타원형 회의용 탁자가 들어갈 정도 규모의 사무실로 재판정과 같은 엄숙함이나 웅장함은 없었다.(중재는 사적 자치를 존중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반드시 중재원의 사무실에서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당사자 합의만 있다면 극단적으로 커피숍 구석에서 진행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 이러한 익숙한 사무실 분위기는 오히려 매력적이다. 형사재판처럼 국가가 피고인의 죄에 대해 잘잘못을 가리는 것도 아니고 대등한 당사자 간의 사적 분쟁을 심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긴장과 부담을 떨치고 편안함 속에서 당사자들은 보다 자유롭고 유연하게 주장과 항변을 펼칠 수 있다. 또한 중재는 단심제로 절차가 신속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중재에서 가장 문제시되는 것은 중재판정의 집행력이 얼마나 담보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상대방이 중재판정을 따르지 않고 불이행할 경우 강제집행이 불가피한데 상대국에서 중재판정의 효력을 의문시하고 강제집행 절차로 이어지는 제도적 기반이 미흡하다면 당사자는 실질적인 권리구제를 못 받을 수 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중재에 대한 국내법의 근거를 명확히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판정 결과를 자발적으로 이행하는 기업문화가 정착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UN은 이미 반세기 전인 1958년 미국 뉴욕에서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 보장을 위한 협약(Convention on the Recognition and Enforcement of Foreign Arbitral Awards, 일명 뉴욕협약)’을 채택하여 각 체약국에서는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을 상호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우리나라(1973년 가입)를 포함하여 2009년 2월 현재 가입국은 144개국에 달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입 상대국 기업과의 거래에서는 제도적으로 중재의 효력이 보장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산업과 중재>
 연예인과 엔터테인먼트사 간 불공정계약은 예전부터 종종 불거지곤 했는데 고 장자연씨의 죽음과 유서를 둘러싸고 노예계약이 본격적으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그에 이어 며칠 전에는 인기절정의 아이돌 그룹 멤버 3명이 계약기간과 수익금 배분 등으로 소속사와 대립 중인 사실이 크게 보도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여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연예인의 권익을 보호하고 불공정계약체결 관행을 타파하고자 가수, 연기자와 소속사 간 표준계약서 양식을 새로 내놓았다. 그 내용 가운데 눈에 띠는 것은 계약사항으로 분쟁 발생 시 소송과 중재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하여 만일의 경우 중재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이것은 그동안 일부 연예기획사에서 연예인을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고 장기간의 소송 진행이 연예인의 이미지 훼손을 가져와 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재판과 달리 비공개로 진행되는 중재심리는 프라이버시 보호에도 적합하여 앞으로 연예인, 방송인, 운동선수 등 유명인 사이에서 중재로 분쟁을 해결하는 사례는 빈번할 것이라 예상된다.

 


 각국의 중재기관마다 세부적인 중재규칙이 다양하고 실정이 다르기 때문에 국내에서 활동하는 국제중재분야의 전문가는 아직 많지 않은 편이라고 한다. 법률 시장의 미개척 분야인 만큼 발전가능성도 크다는 점 또한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가 귀하다는 사실은 전문가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능력은 필수적이고 비즈니스의 세계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다.
 진로탐색 차원에서 접근한 중재원에서의 연수는 말로만 듣던 ADR의 구체적 모습을 하나하나 살펴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중재원에서는 향후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중재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문화법을 특성화한 우리 대학이기에 로스쿨 재학 중 문화법과 중재를 접목하여 관련 분야를 공부해 보는 것도 졸업 후 사회진출에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상큼하고 충만한 기분, 실습을 함께 하지 못한 학우들에게 전할 이야기 선물을 가득 싸들고 가는 기쁜 마음으로 중재원 연수를 마치고 학교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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