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한 첫 발걸음.
저는 늦은 나이에 사법시험을 준비하다가 로스쿨에 들어온 경우라서 외국에서의 경험이 부족한 고시생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다 문화예술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특성화로 한 중앙대 로스쿨에 오고 나서, 소위 말하는 국제화와 전문화를 경험하게 되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일본에서의 연수였습니다. 지난 2010년 2월 10일 오후, 일본 도쿄에 도착하여 2주의 기간 동안 로스쿨생 중에는 아무도 해보지 않은 일본어로 하는 법률 실무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설렘이 뒤섞인 마음을 추스르고, 14박 15일 간의 실무실습을 통하여 일본의 법률문화에 대한 경험과 함께 일본 변호사 분들과의 교류가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실무수습을 받으러 간 일본 로펌인 ‘바스코 다 가마’는 2008년 변호사 6분이 설립한 엔터테인먼트 전문 로펌으로, 로펌 명은 유명한 포르투갈의 탐험가 이름을 땄습니다. 희망봉을 돌아 신세계로 나아가겠다는 탐험가의 진취적 기상을 따라, 법률 시장에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이름이라고 합니다.(http://www.vascodagama.jp) 지난해 바스코 다 가마와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은 상호 협력하기로 하는 협약을 맺었다.)
이 로펌은 지난 2009년 여름에 이미 와 본 적이 있습니다.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는 작년에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일본 연수를 실시했는데, 당시 이 곳을 비롯해 일본 최고재판소와 동경지방재판소, 자매 로스쿨인 일본 주오대(中央大)로스쿨, 구 법무성 등을 방문했습니다. ‘바스코 다 가마’는 우리 학교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고, 방학 기간 동안 로스쿨 원생이 일본에서 실무수습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고, 감사하게도 제가 첫 일본 실무수습대상자로 선정되었던 것입니다.
일본에서 보고 배운 것들: 의뢰인에게 헌신적인 변호사의 모습 - 허중혁 원생
2월 15일에는 일본의 특이한 문화로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임료 증액을 요구하려면 건물에 방문해서 서로 인사를 하고 변호사의 입회하에 다시 계약서를 작성하는 임차료증감청구의 현장에 참관할 수 있었습니다. 바스코 다 가마의 파트너 변호사인 카타오카 변호사님, 수습 기간 동안 많은 지도를 해 주셨다.
2월 16일과 17일에 걸쳐 자동차사고 손해배상청구의 리허설과 가와사키 재판소의 본안심리를 참관할 수 있었는데, 짧은 일본어 실력 때문에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을 걱정했으나 다행히 비서 와타나베 양께서 신문 내용을 미리 출력해 주는 등 도움을 주셔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재판이 끝나고 의뢰인이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나가는데, 엘리베이터 앞에서까지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카타오카 변호사님의 모습을 보면서 클라이언트를 위해 철저히 봉사하는 자세, 그리고 인간적인 위안과 조언까지 하는 자세를 배웠습니다.
수습 기간 동안 거의 매일 한 개씩의 소송기록을 읽었는데 사건의 대부분은 한류 연예인과 관련된 사건이었습니다. 일본에는 한국 연예인의 팬클럽을 조직해서 활동하는 특성이 있는데 팬클럽에 가입하고 한국 방문 이벤트 등 각종 서비스를 누리려면 돈을 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소속사와 연예인들간의 분쟁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한국어에 유창하신 카타오카 변호사님께서는 여러 한국 연예인들의 엔터테인먼트 관련 소송을 대리하고 계십니다.
바스코 다 가마의 카토 변호사님은 프로야구 투수인 우에하라 선수의 소송대리인이실 정도로 유명한 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이신데, 이분과 매일 점심을 같이 하면서 김연아 선수와 아사다 마오의 대결에 관해 서로 우리가 이긴다고 담소하던 기억이 납니다.(그 외 일본 연수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우리 로스쿨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2월 22일에는 카타오카 변호사님과 함께 도쿄 지방재판소에서 열린 기일지정 절차를 참관한 뒤 일본 변호사 회관을 방문했고, 수습기간 내내 일본 변호사 분들로부터 융숭한 대접을 받아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짧은 2주, 그러나 성장한 자신을 보며
2월 24일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일본에서 서울로 가는 영국 청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번 연수를 통해서 제 자신이 조금은 국제화가 되어 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늦었지만 서서히 넓은 사회에 적응하고 눈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에, 진심으로 학교 측과 교수님들께 감사하고 싶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메일을 통해서 일본 변호사 분들과의 교류를 계속하고 있으며, 제가 쓴 연수후기는 4월 22일자 법률신문에도 실리게 되었습니다.
일본 연수를 기회로 한일민사소송법학회에 나가게 되어, 작년 주오대 로스쿨 행사 때에 뵈었던 오무라 교수님도 다시 뵐 수 있었습니다.
중앙대 로스쿨은 전문법조인의 양성을 위하여 일본 로펌 및 로스쿨과의 교류를 계속하고 있으며, 인디애나 로스쿨에서의 미국변호사 자격 취득을 위한 기회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장차 국제적인 법률전문가로 활동하실 지원자 여러분, 특히 영어와 중국어 그리고 일본어를 활용하고 싶은 진취적인 여러분들께 저의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